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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든 생각

22살이 생각하는 해외 이민_워홀, 영주권, 연금

띠어도르 2023. 8. 15. 15:59

안녕하세요. 띠어도르입니다.

 

저는 확고하게 1년 거주를 목표로 호주에 왔습니다. 한국에서 아직 학업을 마치지 못했고, 오히려 타이트하게 1년을 계획해서 후회없이 귀국하려 했어요. 그러나 호주온 지 3개월이 지났을 때, 잠시지만 영주권을 따기 위해 호주 대학을 다녀볼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경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팟 캐스트나 유튜브 콘텐츠도 그런 쪽을 많이 봅니다. 출산율, 인구구조 문제가 토픽으로 나올 때면 이거 괜찮은 건가? 재빠 탈출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워킹홀리데이의 정보를 얻기위해 저는 20개가 넘는 오픈카톡방에 들어가 있는데, 하루 한 번씩은 보이는 글들이 있습니다.40대가 넘었는데 이민갈 수 있을까요? 어린 아이와 함께 호주에 가서 살고 싶은데 호주 괜찮은가요? 팟 캐스트에서 듣던 주제들이 정말 내 현실과 맞닿아있구나를 느끼면서 이민에는 나이가 정말 큰 점수임을 깨닫습니다.

호주에서 살아볼까? 생각하게 했던 3명의 사람이 있습니다.

 

1. 나랑 동갑인 00년생 호주 간호사저는 주말에 교회를 다닙니다. 한국에서 28년 전에 호주로 와 정착하신 목사님이 있는데 그 분 따님이 저랑 동갑이에요. 어느 날, 엄마와 딸이 일상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엄마 : 너 언제 독립할거니? 딸 : 25살에 할거야근데 그 25살에 독립을 한다는게 본인 돈으로 집을 사서 독립한다는 거였어요. 물론 호주에서 간호사는 페이가 높고, 우대를 받는 직업 중 하나입니다. 

보통 호주는 집 가격의 5~15%만 있으면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어요. 간호사 친구는 직업이 좋으니 5~10%만 있어도 집을 살 수 있는거죠. 제가 이 분야에 모르는 게 많고 지역, 직업, 소득수준, 보험 여부에 따라 대출이 다르겠지만 25살에 집을 살 수 있다는 건 너무 큰 충격이었습니다. 나는 25살이면 아직 대학을 다닐 나이인데 하면서요.

 

2. 2000년 초반, 호주에 와서 웨어하우스 풀타임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국 분

내가 너 나이 때 호주에 왔는데, 지금 이렇게 어린 나이에 호주에 와서 지게차를 끌고 있는 게 기특하다며 밥을 사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본인 노후 계획을 잠시 들려주셨는데 이것도 충격이었어요.

호주는 고용주가 직원 소득의 일정 비율을 Superannuation(연금)에 기여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어요. 일반 part time이나 캐쥬얼도 업종에 관계없이 super를 받습니다.

아직 좀 남았지만 몇 년 뒤에 은퇴를 하면 매주 들어오는 super로 동남아 국가에 가서 별장을 두고 가정부를 고용해서 살겠다 뭐 이런 느낌의 노후였는데, 제가 아직 어려서 노후를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지만 아 이렇게 미래를 그리는 것도 가능하구나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실제 액수도 말해주셨는데 금액이 생각보다 컸어요. 동남아 국가에서 정말 충분히 살 수 있는 돈이었고, 호주가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더 쉽게 정착을 고려할 수 있기도 했구요.

이 분뿐만 아니라 제 직장에 일하는 많은 풀타임 분들이 그런 노후를 계획합니다. 세금을 덜 내기 위해 super의 비율을 높이는 분도 있고 그만큼 호주의 연금제도를 믿는 거죠. 나라의 복지가 내 삶의 방향을 정할 수도 있겠구나 느낀 순간이었어요.

 

3. 나랑 동갑인 00년생 유튜버

워홀을 주제로 하는 유튜버 중에 다이앤리라는 분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대학을 안 다니고 호주 워홀을 간 분인데 트랙터를 끌고 월 800을 번다는 썸네일로 유명세를 치른 적이 있어요.

사실 제가 가는 길과는 달라서 영상을 자주 보진 않지만, 어떻게 지내시나 궁금해서 구독하고 썸네일만 체크하곤 합니다. 지금은 3~4년의 워홀을 마치고 한국에 갔다가 다시 호주에 와서 간호학과로 대학을 다니고 계신데, 워홀 기간 동안 1억이 넘는 호주 3년 학비를 모았기에 그 일이 가능한 거죠.

저는 2년이면 그 학비를 모으기 때문에 단순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지금 저는 영주권을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여기서 조금 여유를 갖고 나를 돌아보니 원래 전공이던 반도체나 인공지능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물론 이것도 제가 여기서 경험을 쌓고 저울질을 해봤기에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이민에 대한 생각을 적겠습니다.

제가 정치적 견해가 있지는 않아요. 아직 관심 갖고 싶은 주제가 아니라서 팟캐스트도 정치 분야는 안 듣습니다. 사람들이 열을 내고 관심을 갖는 것을 보면 아직은 알고 싶지 않고, 나중에 깊게 생각한 이후 내 정치적 견해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다만 이민에 관해서는 우호적입니다. 원래 호주에 오기 전까지는 이민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내 삶이 너무 바빴고, 신경 써야 할 학업, 알바, 친구관계가 있는데 이민은 나와 너무 먼 주제였거든요.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을 겁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로 들어온다고 하면 중국인이 부동산 사재기를 하는 것, 외국에서 과격한 종교론자들이 집단 강간을 한 사례들이 먼저 떠올랐거든요.

 

제가 타지에 와서 외국인 근로자로 일하고 있고, 또 많은 분들이 거주 기간을 늘리기 위해 더욱 힘든 일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또 그런 분들은 그 나라에 애정을 갖고 더 건설적으로 미래를 계획하는 사람임을 알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이민에 보수적인 나라입니다. 팟캐스트를 듣다보면 우리나라에 더 살고 싶은데 그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서 우리나라를 떠나게 되는 외국 분들을 알게 됩니다. 또, 지금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이 점점 늘고 있고 우리나라의 문화, 음식을 사랑하는 분이 정말 많잖아요. 그렇다는 걸 호주에서 더욱 느낍니다.

 

기성세대도 바뀌어야겠지만 우리나라가 결국 바뀌려면 저와 같은 젊은 세대도 생각을 넓게 해야 해요. 제가 웨어하우스에 일하니 돈을 많이 벌고, 돈을 많이 받으니 스스로 학비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들었던 생각입니다. 이민 정책까진 아니더라도 국가 차원에서 저처럼 외국에서 일하는 청년을 늘리면 그 뿌리가 조금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